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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왕의 남자’ 줄거리, 리뷰, 감상평

욱찌. 2024. 5. 1.

영화 왕의남자 포스터

영화 소개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힘 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그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喜樂園)을 마련해 준다.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녹수 역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출연진 정보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개봉시기

2005년 12월

 

영화 리뷰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질투와 열망이 부른 피의 비극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욕망, 화려한 비극.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 왕을 가지고 놀다.

영화 '왕의 남자'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 왕이 가지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강하게 소유하고자 열망했던 광대들의 자유와 신명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그로 인해 이용당하고 음모에 빠지는 광대들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담고 있다. 광대가 아니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자유로운 영혼은 비단 조선시대의 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고 욕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연산군이 집권하던 시대의 광대들을 주인공으로 하며 광대들과 연산군의 열망을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다루고 있다. 

영화는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난 영화이자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영화로 평가받는다. 스크린 독점과 신파가 차고 넘치는 현 천만 영화들 중에서 입소문과 작품성을 통해 천만 관객을 기록한, 가장 천만 영화다운 천만 영화라는 평을 듣는다. 당시로서도, 현대에서도 대중적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소재인 '동성애'를 스토리에 녹여내었는데도 기록한 천만 관객 수는 그 가치가 크다.

영화 '왕의 남자'는 모두가 억압과 규제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던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유교, '사대부'라는 투철한 규범과 제재 안에서 나타나는 통제와 제약은 천한 백성에서부터 왕의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해당된다. 신분의 차이와 환경만 다를 뿐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들 모두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렇게 영화 속 시대에는 신분과 지위를 떠나 규제와 통제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규칙과 법도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광대들이다. 그들은 그 어떠한 준치과 규제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 조선의 왕도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 자유함을 바라보는 왕은 자신의 두 가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왕은 광대들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질투하게 된다. 그래서 그 자유(광대)를 죽이려 한다.​

공길(이준기)과 장생(감우성)은 다시 태어나면 양반도, 왕도 싫다고 한다. 광대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광대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광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공길과 장생이 그토록 광대를 열망하고 갈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왕과 양반은 새장에 갇혀 있을 운명이지만 광대는 줄을 타고 하늘을 날 수가 있다. 정해진 틀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영화를 2024년에 다시 보면서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 '왕의 남자'

20여년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지금 봐도 훌륭한 작품성과 배우들의 명연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감상했다. 같은 영화를 10대에 볼 때의 생각과 30대에 볼 때의 생각은 참 많이도 다르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고, 감상하는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자유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이 영화를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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